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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서편제 (2010)

소리 수련(연주곡)

 

유봉 : 가자. 뭐혀, 안 오고!

송화 : 어째 우리 둘만 길을 가니 이상하오.
유봉 : 우리가 유랑하니, 우리가 떠나고 돌아오는 거 같지?
아니다.
우리가 중심이여.
우리는 소리가 있응께.
그놈은 소리에 끌리는 놈이여.
지 어미를 꼭 닮았어.
네가 소리를 하면 그 소리에 끌려 되돌아올 놈이여, 그놈이.
어디서 밥은 쳐 먹고 다니는지...
송화야. 지금부터 잡생각 말고 진짜 소리 찾을 때까지
죽었다 생각하고 그 놈의 득음 한 번 해보자.
득음!

유봉 : 우리는 말이여.
소리 없이는 아무 것도 아니여, 아무 것도.

송화
북을 두리둥두리둥두리둥 두리둥두리둥 둥둥둥둥- 두리둥 둥둥둥둥
헌헌씨 배를 무어 이제 불통한 연후의 후생이 본을 받아 다각기 위업하니 막대한-
유봉 : 어째 소리가 그러냐?
화났냐? 그리 딱딱 끊어내는 게 아니다.
장수처럼 호령하는 동편제라면 모를까?
그건 우렁차고 엄하지만, 섬세하고 자상하지 못해.

송화
북을 두리둥두리둥두리둥 두리둥두딜둥 둥둥둥둥- 두리둥 둥둥둥-
북을 두리둥두리둥두리둥 두리둥두리둥 둥둥둥둥-

송화
부엌은 적막허고 방 안은 휑...
유봉 : 여전히 하청이 안 나오냐?
공력이 없다는 것은 연습이 부족하다는 것이여.
날 덥다고 안 하고, 날 춥다고 안 하고,
배고프다고 안 하고!
그래갖고 소리를 어떻게 찾는다는 말이여!
다시 혀!

송화
방안은 휑-
유봉 : 더 밑으로 당겨서, 더!

송화
방안은 휑-
유봉 : 더 밑으로 당겨서 더!!

송화
여보시오 가군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보는 가장님을... 앞 못보는 가장님을...
유봉 : 송화야!

유봉 : 송화야, 내가 닭 잡아왔다.
우리가 여기서 몇 년을 이렇게 수련하는 동안
세상이 어떻게 바뀐 줄 아냐?
이젠 명창이 되며는 나라에서 그 소리꾼들 선생님-하고
모시면서 먹고 살 수 있게 돈도 주고 자리도 준다더라.
문화재려, 문화재!
송화 : 아부지! 아무리 소릴 해도 나아지지가 않아요!
내 목이 타고난 목이 아니라니까요!
유봉 : 뭔 소리여! 넌 타고 난 소리꾼이여!
송화 : 아니라니까요! 아니라고요!!
유봉 : 아니여, 니가 아직 어려서 깊은 소리를 못 찾아서 그래.
다시 한 번 해보자.

송화
여보시오 가군님
내 평생 먹은 마음
앞 못보는 가장님을 해로백년 봉양타가
유봉 : 왜 이렇게 힘이 없냐?
저 물소리만도 못한 소리가 소리냐!
진짜 계면은 한이 뱃속에 차고 넘쳐
몸이 저절로 흔들릴 때, 그 때 나오는 소리여!
다시 혀!

송화
불행망세 당하오면 조종장사 마친 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유봉 : 그래. 이제 좀 소리가 나오는구나!

송화
천명이 이뿐인가
인연이 끊쳤는지 하릴 없이 죽게되니
유봉 : 그 소리가 아니라니께! 다시 혀봐!

송화
천명이 이뿐인가
천명이 이뿐인가
유봉 : 그 소리가 아니란 말이여!
송화 : 못하겠어요.
소리하려고 동호까지 보냈는데 소리가 안돼요.
몸에 힘이 빠지고 다 허망해요.
기운내려니 썽만 나요.
나 동호한테 갈래요!
유봉 : 송화야, 어찌 그러냐!
이 애비 죽는 꼴 보고 싶은겨!
송화 : 더 이상 소리 못하겠어요.

유봉 : 송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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