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
소리를 청하셨다구요?
소리 좋아하시는 양반치고 내력 없는 분은 없습디다.
소리를 좋아하시게 된 내력이라도 있으시오?
동호
그쪽 소리에는 내게 무엇보다 반갑고 소중한 것이 있어요.
나는 그 소리를 만나려고, 그 허구헌 세월을 허송하고 다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송화
그것이 무엇이오.
손님한테 그토록 소중스런 그것이 무엇이오.
동호
소리..
그 소리는 내 어미를 죽이고 내 누이를 빼앗아갔어요.
난 기어이 그 소리를 죽이고 싶었소.
송화
그래, 그 소리를 죽였습니까?
동호
...그 쪽 소리를 들어봐야 알 거 같습니다.
송화
그때여 수백명 봉사들이 궐문 안에 들어가 앉았을 적에 저기 심봉사도 말석 참례를 하였것다
봉사의 거주성명을 차례로 물어볼제 심봉사 앞을 당도하여, "이 봉사 거주성명이 무엇이요?"
"예, 내가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어전 사령들이 달려들어 심봉사를 모시고 별궁으로 들어가니
심황후 물으시되
거주 성명이 무엇이요
처자 있나 물어보아라
심봉사 처자말만 들으면
먼 눈에서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며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 아뢰리다
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달에 산후달로 상처하고
철모르는 딸자식을 강보에 싸서 안고
이집 저집을 다니면서 동냥젖을 얻어맥여
겨우겨우 길러내여 십오세가 되었는디
이름은 청이옵고 효행이 출천하여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 도생 지낼적에
우연한 중을 만나
공양미 삼백석을 부처님께 시주하면
소맹 눈을 뜬다하니
효성있는 내 딸 청이가
삼백석으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지가 우금 삼년이요!
눈도 뜨지 못하옵고
자식만 팔아먹은 놈을 살려두어 쓸데 있소
당장의 목숨을 끊어주오.
심황후 거동봐라
이말에 지듯마듯
산호주렴을 거들쳐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르르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이 말 듣고 먼 눈을 희번떡 거리며
에이? 이게 웬말이냐
누가 날다려 아버지라고 하요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디
아버지라니 누구요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나를 보옵소서
인당수 풍랑 중에 빠져 죽던 청이가 살아서 여기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나를 보옵소서
심봉사 이 말 듣고
먼눈을 히번떡거리며
에이 청이라니 이게 웬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죽고 없는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보자
아이고 갑갑하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제
어디 어디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꿈적꿈적꿈적꿈적꿈적
꿈적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만좌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갈모 떼는 소리로
짝짝짝 짝짝 허드니만은
일시에 눈을 떠버리는구나
석달안에 참여허고 내려가는 봉사들은
저그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헌 봉사 중도에서도 눈을 떠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앉아 뜨고 누워 뜨고
화내다 뜨고 졸다 번쩍거리며 뜨고
실없이 뜨고 재담으로 뜨고
지어 비금주수까지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 천지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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